[9월 첫 번째 이야기] [기고] 전국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여 단결하라! - 2024년 쿠팡물류센터지회 온도감시단 순회출장소…
-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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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국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여 단결하라!
- 2024년 쿠팡물류센터지회 온도감시단 순회출장소 투쟁
- 정성용(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추석 연휴가 지났는데 아직도 여름은 끝나지 않았고, 쿠팡 물류센터의 폭염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주 조합원이 공유한 쿠팡 인천4물류센터 현장의 온도는 33℃, 습도 56%, 체감온도는 33.07. 폭염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 쿠팡도 예상하지 못했고, 노조도 예상하지 못했다. 온도감시단 활동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면서 온도감시단 연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도감시단
2021년 6월 6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현장의 폭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노조가 생기고 활동을 시작하니 현장에 얼음물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그때만큼 현장 노동자로부터 격려를 많이 받은 적도 없다. 그때부터 노동조합의 요구는 한결같다.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현장 냉방장치(에어컨) 설치. 쿠팡 물류센터는 휴게시간과 에어컨이 전혀 없는 현장이었다. 제일 더운 곳은 체감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다. 쿠팡의 철저한 통제로 높은 노동강도를 자랑하는 쿠팡 물류센터, 여름은 더욱 못 견딜 정도였다.
노동조합이 쿠팡 잠실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던 2022년 여름, 산업안전보건에관한 규칙 제566조가 개정됐다. ‘체감온도가 33도일 때 매시간 10분, 35도일 때 매시간 15분, 38도일 때 매시간 15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라.’ 그렇게 2022년부터 쿠팡 물류센터에도 ‘폭염 시기 휴게시간’이란 것이 생겼다. 이때부터 노동조합은 체계적으로 현장 온습도를 측정하기 시작했고, 측정 결과를 근거로 휴게시간 확대를 요구했다.
현장 냉난방장치(에어컨)도 생기기 시작했다. 2022년 쿠팡 인천4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동탄, 고양물류센터에 현장 덕트형 에어컨이 설치됐다. 2023년 여름, 노동조합은 폭염 시기 노동조합의 활동을 ‘온도감시단’이라, 농성장을 ‘온도감시단 출장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23년 여름의 3주 농성, 8월 1일 하루 파업, 8월 14일 하루 파업은 ‘폭염 투쟁’이라는 이름만큼 뜨거웠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집단 현장 투쟁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투쟁의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탄압이 먼저 찾아왔다. 지회장과 인천분회장, 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라는 제일 먼저 찾아왔다. 하지만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024년 여름을 앞두고 현장에 대대적인 변화들이 생겼다. 쿠팡 인천4센터, 인천14센터, 대구2센터, 동탄센터, 고양센터, 장지센터, 시흥센터 등 확인되는 것만 7개 이상의 물류센터에 유의미한 현장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모든 센터 현장에 에어컨이 있는 간이 휴게실, 열피난처가 생겼다. 폭염 시기 휴게시간이 기존의 1회에서 2회로 확대되었다.
7주 동안 전국 8개 물류센터 앞에서 순회 농성하기
부족하기는 해도 어느 때보다 많은 성과 위에서 올해 폭염 투쟁을 시작했다. 조합원이 유의미하게 활동하고 있는 8개 물류센터 전체에서 8월 1일 하루 파업을 조직하기로 했다. 온도감시단 출장소도 8개 물류센터 순회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제일 더운 지역인 경북 칠곡에 위치한 대구출장소를 시작으로 7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고양출장소, 동탄출장소, 인천출장소, 여주출장소, 창원출장소, 안성출장소를 이어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현장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은 “쿠팡에도 노동조합이 있구나”였다. 적게는 하루에 3회, 많게는 하루 5회 밤낮 없이 진행되는 선전전으로 체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현장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각 농성 때마다 지역의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에서, 시민사회단체에서 연대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3만~4만 명이 80여 개 물류센터로 흩어져 있다. 지역의 연대가 꼭 필요하고, 이번 순회출장소는 이를 위한 첫발 떼기였다.
내년 여름
올해 여름도 분명히 끝날 것이다. 내년 여름도 올 것이다. 올해는 파업 총투표 부결로 하루 파업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내년에는 노조 파업으로 쿠팡 배송이 지연된다는 공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현장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만큼, 파업 요구도 더 날카롭게 다듬었으면 한다.
올해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쿠팡 노동자 사망소식. 故 정슬기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 쿠팡 제주캠프/시흥캠프 분류 노동자 산재사망. 반드시 쿠팡을 꺾어야 한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노동운동 전체가 쿠팡을 꺾지 못하면 쿠팡이 퍼뜨리는 ‘로켓배송’이라는 바이러스는 물류산업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좀먹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좌파노동운동이 쿠팡을 꺾는 한방에 중심적 역할을 해낸다면, 기울어가는 운동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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